조형물과 고기불판 Public Art and Grill
oil on canvas, 60.6x72.8(cm), 2004

by jieun | 2004/10/24 16:09 | painting
일상-제도적 풍경(Law-Full Landscape)
전시개념

본인이 관심을 갖는 것은 일상적 도시 풍경에서 제도적 측면을 읽어내려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제도적 측면이란 우리의 실제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수많은 법규들을 의미한다. 그 법규들 중에서도 우리의 생활공간을 구성하는 경관 관련 법규들이다. 이러한 법규들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도시의 공간적 배치와 그 공간의 특성이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몸을 지배하고, 그러한 공간적 규율이 일상생활 속에 깊이 파고들어 우리가 인식하지 못한 채로 내면화 되고 있다는 문제의식 때문이다.


도시의 풍경이 여러 가지 법규들이 외화된 것이라는 관점을 취하게 된 과정은 본인이 ‘무지개떡 프로젝트’라고 명명한 작업에 드러나 있다. 그러한 이름을 붙인 이유는 공사장을 에워싸고 있는 무지개떡 무늬의 천막이 도시 곳곳에서 발견되는 광경을 보면서 크리스토의 작업이 연상됐기 때문이다. 크리스토가 어떤 대상 또는 지역을 포장함으로써 공간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이끌어 낸 것처럼 무지개떡 무늬로 포장된 공사장은 그 자체로서 스펙터클함을 갖고 있음과 동시에 일상적인 우리 주변 환경을 이전과는 다르게 보이게 하는 효과를 갖고 있다. (잠실 재건축 지역을 다녀본 사람이라면 그 스케일에 압도될 것이다) 맨 처음엔 무지개떡 무늬의 천막이 반복적으로 보이는 것에 단순한 흥미를 느꼈으나 그것의 설치가 법으로 정해져 있다는 건축전공자의 말을 듣고 나서는 본인이 얼마나 도시의 풍경을 개인적인 눈으로 바라보는지, 또 얼마나 시각적인 측면에 경도되어 있었는지를 깨닫게 되었다. 또한 그 법규를 찾아보면서 건축물을 짓는 일이 건축법뿐만이 아닌 수많은 법규들의 규제를 받는 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비산먼지 발생의 억제를 위해 방진막의 설치를 규정하는 대기환경보전법, 소음과 진동의 억제를 위해 방음벽의 설치를 규정하는 소음진동규제법등은 일반인에게 매우 생경한 것이다.


이러한 경험은 앙리 르페브르(Henri Lefebvre)가 개념화된 공간(conceptualized space)과 서술적인 공간(representational space)이라고 불렀던 개념과 관련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개념화된 공간이 과학자, 설계가, 도시학자, 기술관료, 엔지니어 등이 말하는 공간이라면 서술적인 공간은 우리가 느끼고 살아가는 일상생활의 공간으로 이미지와 결부되어 있다. 작가들의 도시 경험이 서술적인 공간에 집중되는 현상은 점점 축소되는 서술적인 공간에 대한 애착 때문일 것이다. 또한 개념화된 공간이 전문가들의 영역이 되고 일상생활 속에서는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그 안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에겐 무감각해지기 쉬운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에 주목해서 개념화된 공간을 서술적인 공간으로 끌어당기는 작업을 시도한 것이다. 또한 이러한 시도는 풍경화의 새로운 가능성에 대한 탐구이며, 풍경을 바라보는 눈과 경관을 바라보는 눈에 대해서 ‘풍경화’란 맥락으로 살펴보고자 하는 것이다.


이러한 공간에 대한 인식의 변화는 스펙터클로서의 도시공간에 관심을 갖기 보다는 그 도시의 틈, 사이인 골목과 주택가에 대한 주목으로 이어졌다. 이는 미쉘 드 세르토(Michel de Certeau)가 도시에서 가장 기본적인 경험 형태라고 말한 ‘걷기’라는 행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세르토는 자유로운 보행의 양태가 도시계획(전략)에 의해 만들어진 규칙을 거스르는 능동적인 발화행위로 파악하였다. 실제로 집(천호동)과 작업실(성내동) 사이를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천편일률적인 주택가 골목을 다니면서 발견되는 것들을 소재로 삼았다. 주택가 골목에서 비슷한 건물의 형식들이 반복해서 나타나는 것은 그 지역에서 법적으로 허용되는 최대치의 형태라는 것이 어느 정도 틀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소규모의 아파트(대부분 하나의 동으로 이루어진), 주상복합아파트, 필로티 형식을 띤 1층이 주차장인 다세대 건물들은 주택건설(공동주택)에 관한 법령의 관리에 따라 거의 유사한 형태로 반복되어 지어진다.


이렇게 법에 의에 관리, 감시되고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공간에 대한 인식을 표현하기 위해 선택한 방식 중에 하나가 CCTV와 같은 수직수평으로 분할된 화면형식이다. CCTV는 파놉티콘 원리의 발전된 형태라고 볼 수 있다. 그리스어로 ‘다 본다(Pan : all + Opticon : seeing 또는 vision)라는 의미의 파놉티콘은 죄수는 간수를 볼 수 없는 채 항상 보여지기만 하고 간수는 보여지지 않은 채 항상 모든 죄수를 감시 할 수 있는 시선의 비대칭성이 핵심구조였다. 이는 현대사회에서 CCTV란 형식으로 그대로 재현되고 있는데 감시자는 공간의 제약 없이 여러 곳을 동시에 감시하기 위해 한 화면 안에서 분할된 작은 화면으로 각각의 공간을 보게 된다. 이러한 분할되고 다시 조합된 시각은 인간의 시각의 한계를 넘어서는 것이며 편의성에 의해 만들어진 형식이다. 그리고 카메라 시설이 디지털화 되면서 멀티비젼이 아니라 평평한 하나의 모니터에서 그러한 시각을 제공받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러한 장면이란 실제로 존재할 수 없는 것이기도 하고 잘라져서 조합된 화면의 날카로운 경계선은 매우 불편하고 어색한 것이나 CCTV란 익숙한 매체 때문에 의식하지 못하게 되는 측면이 있다. 그러한 측면을 회화라는 매체로 드러내고, 감시되고 관리되며,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도시 풍경을 표현하고자 하였다. 실제작업 또한 디지털 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포토샵으로 보정하고 모니터를 보면서 그려나갔다. 이렇게 모니터를 통해서 본 이미지를 대상으로 작업하는 것은 TV이미지에 지속적인 관심을 보였었던 이전 작업과도 연계성이 있으며 생활공간이 가상공간화 되어 관리되는 현상에 대한 반응이라고 할 수 있다.


전시방식에 있어서는 그림과 관련된 법규가 교차되면서 관객이 풍경에서 법규라는 기의를 읽어내는 경험을 유도하고자 한다. 관계 법령을 찾고 시행규칙과 규정에서 관련된 항목을 찾고 다시 별표를 찾아들어가 지시사항을 찾는 경험은 법체계가 얼마나 복잡하고 세세한지를 실제로 느끼게 해주었다. 법규가 점점 더 복잡해질수록 우리의 삶과는 유리되어 갈 것이고 그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면 관심조차 갖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자주 개정되고 새로 생겨나는 구체적인 법규를 찾아내는 일은 검색기능을 제공하는 법제처 홈페이지를 통해서 가능했는데 법이라는 정보가 디지털화되어 누구에게나 접근하기 쉬워지지 않았다면 이런 작업자체가 불가능했으리라고 생각한다.


가상공간의 등장과 이미지의 과잉으로 묻혀버리기 쉬운 일상생활공간에 대해 앞으로도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면서 작업을 해 나아가고자 한다. 온라인의 세계가 확장하면서 무감각해지기 쉬운 우리가 딛고 살아가는 실제 공간에 대한 관심, 땅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시기라고 생각한다. 표피적인 이미지가 아니라 공간에 대한 해석과 재인식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새로운 풍경화의 역할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또한 앞으로 도시사회학, 지리학, 공간이론과의 접목을 통해서 작업을 더욱 더 확장해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
by jieun | 2004/10/15 23:53 | etc
개별 작품 설명
1. <무지개떡 프로젝트1-5>, <방진막>
무지개떡 프로젝트라고 이름 붙인 일련의 작업들은 방진막이라는 무지개떡 무늬의 천막에 대해 본인이 경험했던 인식의 과정을 드러낸다. 처음에는 공사장 곳곳에서 마주치게 되는 이 천막의 시각적 측면에 주목하게 되었고 그것이 포장되어있는 모습에서 크리스토의 작업을 연상하게 되었다. 특히 본인의 집 앞이 대기업에 의해 개발되게 되어 대규모로 포장된 모습은 그 자체로도 시선을 끌기에 충분한 광경이었다. 공사영역의 표시이자 사유재산의 표시이기도 한 이 천막의 설치는 집 앞이라는 일상적 공간에 대해 다른 방식으로 인식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그것의 설치가 (건물 해체 공사 시 비산먼지발생 억제를 위해)법으로 정해져있다는 건축전공자의 말을 듣고 난 후에는 이러한 본인의 시각적 측면에 치우친 반응이 얼마나 표피적인가를 깨닫게 되면서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 이후에 이 천막의 이름이 방진막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대기환경보전법’이라는 법규의 기표로 보게 되었다. 생활 곳곳에서 발견되는 대기환경보전법의 sign을 연작으로 표현하였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을 통해 개인의 내면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시선에서 제도권적 시선으로 풍경을 바라보게 되었다.


2. <방음벽>
깔끔하게 포장되었던 방진막은 건물해체공사가 끝날 무렵엔 완전히 초토화되었고 막에 가려졌던 공간도 초토화되었다. 사라진 건물들은 새로운 view를 제공했으나 곧 방음벽으로 가려졌다. 방음벽의 외관은 미니멀리즘을 연상시키기에 충분하지만 집 앞이 방음벽으로 막혀버리는 경험은 차창으로 스치듯 보는 풍경과는 전혀 다른 것이다. 생활 속에 들어온 방음벽이라는 대상은 이것이 왜 존재하는가하는 궁금증을 일으킨다. 주변 주민을 소음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장치이지만 이것은 배려가 아닌 규제인 것이며 최선의 장치인지 어떤지도 알 방법이 없다. 법에서 규제하는 만큼만 준수하는 것이 방음벽이 보여주는 현실인 셈이다.


3. <부동산적 풍경화 1-2>
제도권적 시선으로 도시 풍경을 바라보게 되면서 땅이 어떻게 구획되고 관리되는가를 알아보기 위해 지도 형태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지도와 풍경사진의 복합적인 형태라고 볼 수 있는 항공사진은 부동산 관련 사이트에서 제공하고 있었으며 지번을 함께 제공하는 경우는 유료로 서비스 된다. 이러한 사실은 항공사진의 시점이 더 이상 천상의 시점이 아니라 부동산적 시점이라는 생각을 갖게 하였다. 우유팩을 엎어서 차곡차곡 쌓아 놓은 듯한 이미지는 그 사이를 개미처럼 오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연상하게 하며 밀집된 도시의 특성을 있는 그대로 드러낸다. 또한 지번의 역할은 구체적인 그 땅의 누구의 소유인가를 연결시키는 기호인 것이다. 동네의 경계에서 아주 드물게 발견되는 지번도를 실제로 살펴보면 규칙성이 있는 것 같다가도 없는 모습을 보게 되는데 지적법의 지번의 구성 및 부여방법이라는 지시를 따른 결과라는 것이 또한 흥미로웠다.



4. <공동주택주차장 1-2>
주차 전쟁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의 도시의 주차문제는 주택가 골목의 형태를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건축 시기에 따라 허용 범위가 달라지기 때문에 건축형태는 일종의 유행을 따르는 것처럼 보인다. 기둥을 세워 건물을 띠우는 필로티 형식의 주차공간은 최근 급증하는 형태인데 이는 건물의 면적과 높이 산정에서 제외해주는 이점 때문일 것이다. 한 때 유행했던 반지하 형태의 건물들은 주변부를 주차장화 하게 되어 건물사이의 공간이 주차장으로 맞닿게 되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다. 도시의 골목길을 출발지점에서 목적지로 향하기 위한 경로로서 걷는 것(대부분의 도시 속 걷기의 형태는 공간이동이 최대의 목적이며 최단시간을 목표로 한다)이 아니라 텍스트를 꼼꼼히 읽는 태도로 걸어보면 비슷비슷한 풍경의 반복은 현재의 위치를 망각하게 한다. 특색 있는 지형지물이 점점 더 사라져 가고 공간이 균질해 지는 것이 주택가 골목의 현재의 모습이다.


5. <법의 망-사선제한>
네모반듯한 형태를 띠었던 일반적의 건물형태와 달리 요즘 지어지는 대부분의 다세대 건물들은 계단형태나 피라미드 형태이다. 형태가 주는 즐거움의 이면에는 사선제한이라는 건축법상의 규제가 있었다. 사선제한이라는 법망에 걸리지 않는 최대의 형태가 그러하기 때문인 것이다. 다시 말해 주택의 형태를 좌우하는 것은 기능이나 심미적 측면이라기보다는 건축법규인 것이다. 보이지 않는 법의 망으로 관리되는 풍경에 대한 작업이다.


6. <전깃줄>, <오프라인 네트워크>
한 번 눈에 들어오면 계속 그것만 보이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주택가의 전깃줄과 전봇대였다. 처음부터 땅속으로 묻은 신도시나 아파트단지, 큰 도로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이다. 공동사용에 대한 기준만 있고 공동 관리에 대한 기준이 없는 전깃줄, 전봇대의 풍경의 오프라인 네트워크의 현실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초고속통신망과 케이블, 유선 등은 해지 시엔 선만 끊거나 모뎀만 회수해 가기 때문에 죽은 선들이 난립하게 되는 것이다. 관리 규정이 없으므로 관리 안하는 모습이 그대로 녹아 들어있는 풍경이다.


7. <조형물>
어느 날 둔촌시장 입구의 건물에 설치된 이 조형물 위에 고추를 말리고 있는 아주머니를 보았다. 그 풍경이 어색하고도 재미있어서 사진을 찍으려고 갔더니 그땐 그 건물에 있는 정육점에서 고기집을 열면서 매장으로 접수하였다. 그렇게 조형물과 고기불판이란 이름이 붙여진 이 그림은 복잡한 재래시장 입구라는 공간적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조형물이 어떤 모습으로 존재하게 되는지를 보여주고자 한 것이다. 이러한 어색한 풍경(시장 속에 현대미술)이 등장하게 되는 배경에 문화예술진흥법이란 것이 있다. 그 법이 미술장식 의무가 있는 시설과 비용 규모만을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실제 그 공간에서 살아가는 사람에 대한 고려가 소홀하기 쉽다는 점을 드러내고자 한 작업이며, 연작을 할 계획이다.

by jieun | 2004/10/15 23:52 | etc
타워크레인 Tower Crane
Acrylic and plastic on canvas, 1998

by jieun | 2004/09/26 02:32 | undergrade works
타워크래인 Tower Crane

acrylic and oil on canvas,1998
by jieun | 2004/09/26 02:31 | undergrade works
할아버지와 나 My Grandfather and Myself

acrylic and graphite on paper, 1995
by jieun | 2004/09/26 02:26 | undergrade works
자화상 Self portrait
charcoal on paper, 1996

by jieun | 2004/09/26 02:25 | undergrade wor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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